March 18, 2017

오늘의 횡설수설-반주 한 잔..


나도 이젠 반주로 마신 몇 잔의 술에도
나른해지는 그럴 시절이 되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을 것 같던 시간이 참 많이 흘렀다.
막상 뒤돌아 보면 기억나는 것도
기억할 것도 딱히 없는 그런 시간을 살았다.
화려한 것도 없고
그렇다고 지루한 것도 없는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한 삶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히 자랑할 것도 없지만
딱히 부끄러울 것도 없는 회색빛깔 인생이었다.
오늘처럼 바람이 불면 바람이 있어 좋았고
바람이 없는 날 힐긋 하늘 바라보면 햇볕이 따듯해서 좋았다.

어릴적 세상을 바꾸고 싶던
아니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막연한 자신감은 그 지루한 회색의 시간속에
함께 회색빛으로 사그라 들었다.
그때는 그때의 아름다움을 모르듯
아마 난 여전히 지금의 아름을 모르는 듯하다.
언제쯤 철이 들까를 걱정하지 않기로 했다.
일평생 철들기만 고대하며 시간을 보낼 수도 없고
철이 든다고 뭐가 달라진다는 보장도 없어 보였다.

난 그저 이렇게 회색으로 살다가
세상 하직하더라도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누구나 나름의 빛깔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면
누구는 회색으로, 누구는 붉은 색으로, 또 누구는 흰색으로 살아가겠지..

그러다 더 나이들어 두려울 것도, 미련가질 것도 없는 나이쯤 되면
그땐 미친척 더 철없이 살아보고 싶다.
나이값, 이런저런 책임, 눈치, 체면속에 숨겨두었던
그때 그시절의 무모한 철없음이 다시 살아날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바람에서 봄이 느껴진다.
올 것 같지 않은 봄은 반드시 겨울을 뚫고 온다.
눈 속의 꽃이 다시 피지 않을 것 같지만 꽃은 다시 피듯
누구에게나 또 다른 내일은 찾아오기 마련이다.
걱정을 끓어 않고 있다고 걱정이 해결되는 것도 아닌데
행여 쓸데없는 걱정만 악착같이 끌어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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