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도종환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
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온 것이다
한 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
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
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모르게 외롭고
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
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
그 어떤 쓰라린 길도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
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패여 있는 길이라면
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
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
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
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길을 뭉턱 자르더니
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 둔다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
사람이 한 평생 살아오는 동안 여러 길을 지나온다.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길, 거쳐오고 싶지 않았지만 거쳐왔던 길..
지금의 나는 그 모든 길을 지나온 '나'다.
살아있는 동안 나는 또 여러 길을 거쳐야 할 것이다.
가고 싶지 않지만 가야 할 길도 만날 것이고, 가고 싶지만 가지 못하는 길도 대면할 것이다.
내 맘대로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가고 싶은 길을 갈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가고 싶지 않은 길을 지나야 한다면
무사히 길을 돌아 되돌아오기를 바란다.
가고 싶은 길인 줄 알았는데 들어서니 잘 못된 길일 수도 있고
가고 싶지 않은 길인 줄 알았는데.. 접어드니 옳은 길이 될 수도 있다.
어차피 정답은 없다.
결론은.. 지금의 '나'라는 존재는
그 모든 길을 거쳐온 후에야 비로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을 두려워 말아야겠다.
길은 결국 도달하지 마련이고 거쳐 가지기 마련이다.
길은 그저 길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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