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24, 2018

11월..


11월 - 나태주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많이 와 버렸고
버리기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디선가 서리맞은 장미 한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시간들은 언제나 아쉬움과 후회를 남깁니다.
시인의 말처럼 다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와 버렸고
그렇다고 차마 버릴 수도 없습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꼴입니다.

그쯤에서 할 수 있는 건 다짐 뿐입니다.
밤이 길어지고 낮이 짧아지는 시점에서
우린 언제나 "~해야 겠다"고 다짐합니다.

문제는 내년 11월쯤 또 같은 짓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라는
슬픈 예측이 단 한 번도 틀린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짐하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다짐하고는
시지푸스의 바위처럼 어쩌면 인간의 숙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