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mber 1, 2018

노학자의 주례사..


어느 노(老)생물학자의 주례사 - 이가림

오늘 새로이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
신랑과 신부에게
내가 평생 실험실에서 현미경으로
기생충을 들여다본 학자로서
짧게 한마디 하겠습니다.
무엇보다도
말미잘이 소라게에게 기생하듯이
그렇게 상리공생(相利共生) 할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개미와 진딧물, 콩과 뿌리혹박테리아
그런 사이만큼만 사랑을 해도
아주 성공한 삶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해삼과 숨이고기처럼
한쪽만 도움받고 이익을 보는 
편리공생(片利共生) 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의 밥이 되는
아름다운 기생충이 되세요.
이상

***

덕을 보려고 한 결혼이 온전할 리가 없다.
결혼은 누가 누구의 덕을 보는 것이 아니다.

결혼은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는 것도 아니고
돈 벌어다 줄 사람을 찾는 것도 아니고
가사 노동자를 구하는 것도 아니며
내 편을 만들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외로움이나 고독을 떨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덕을 보려하니 상대에게 바라는 것이 많아진다.
바라는게 많아지니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아진다.
점차 결혼생활이 괴로워지기 시작한다.

누가 그랬다.
결혼은 자신이 가장 행복하고, 가장 잘나갈 때 하는 거라고..
그래야 뭐든 줄 수 있고, 줘도 아깝지 않고
주고 나서도 반환을 요구하지 않고 되갚음할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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