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는 빨리 나이가 들어 어른(?)이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리석은 희망이었음을 늙어서야 알게 되었다.
이제 와, 후회한 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오늘도, 지금 이 순간에도 흐르고 있다. 이제는 써야 할 미래의 시간보다, 써버린 과거의 시간이 더 많아져 버렸다. 한마디로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짧아진 것이다.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짧아지는 시점이 지나면서, 평소 가졌던 몇 가지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
● 나이를 먹으면 (소위 말하는) 어른이 되나?
아니. 20대, 30대와 달라진 것은 물리적으로 체력이 쇠퇴한 것을 느끼게 되는 것뿐이다. 이런 식이라면 70, 80을 먹어도 정신적 세계는 별로 달라질 것이 없어 보인다.
● 나이를 먹으면 지식이 쌓이고,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지고, 더 많은 것을 깨닫게 되나?
별로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쏟아지는 정보와 지식은 감당하기 어렵고...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고, 질문은 쌓여간다. 다만, 시야 혹은 이해의 폭 넓어지는 것 같기는 하다. 그렇다고 딱히 눈에 띄게 현명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넓어지기만 하면 뭐 하나... 쩝.
● 나이를 먹으면 용감해 지나?
결코 아닌 것 같다. 나이를 먹으면 확실히 겁이 많아지고, 비겁해지는 것 같다. 나만 그런가...?
그 외... 나이를 먹으니... 사소하고 하찮게 여겼던 것들(예를 들면 타인이 겪는 고통과 슬픔, 무탈한 하루, 감동적 이야기와 사건 등)에게 눈물이 많아졌고, 작고 귀여운 것(예를 들면, 애완동물, 아기 및 어린아이 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인간의 삶과 인생이 꽤 덧없다는 생각(?), 느낌(?)을 갖게 되는 듯하다. 이런저런 의미 부여를 해 보지만... 그것조차 점차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지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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