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처를 옮기느라 짐 정리를 하면서... 한 뭉치의 아주아주 오래된 낡은 사진들을 발견했다. 지난 수십 년간 꺼내보지 않았던, 너무나 오래전 사진들이 서랍 구석에 갇혀있었던 모양이다. 이제껏 거의 20년간 꺼내보지 않았던 사진들이었다.
어떤 것은 20년 전, 어떤 것은 30년 전, 어떤 것은 심지어 40년 전의 내 모습이 박제처럼 남아있었다. 때 국물이 흐르는 애땐 얼굴도 있었고, 까까머리 중고등생, 군인, 대학생의 세상 물정 모르는 청년이 어색한 포즈로 취하고 있었다.
어떤 것들은 누구와 함께 찍었는데... 도무지 누구였는지 기억이 잘 나질 않는 것도 있었다. 그중에 버릴 것들은 버리고... 늦은 밤... 차마 버리지 못한 사진들을 어찌할지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그중에 어머니와 함께 이런저런 행사 (예를 들면 졸업식 입학식 같은) 때 찍었던 사진을 보다가 잠시 목이 멨다. 나야 그렇다 치고... 나의 팔짱을 끼고 어색한 듯 서 있는 젊은 시절의 어머니 모습을 보니... 뭐라 설명할 수 없는 만감이 교차했다. 사진 속의 어머니의 얼굴에는 지금처럼 밭고랑 같은 주름이 없었고, 약간의 광채도 나는 듯했다.
지난날의 사진을 통해 본 과거 시간들이 이제는 다 부질없는 일이겠지만... 이제는 연로하신 부모님의 얼굴을 떠올리며 돌이켜 보니 나는 꽤나 형편없는 자식이었음이 확실했다. 조금 웃기는 것은... 아버지와 찍은 사진은 단 한 장이 없다는 것이다.
초.중.고.대 졸업앨범들은 모두 파쇄해 버렸다. 기억이 나질 않는 사람들... 이제는 무의미한 것들이라 여겼다. 사진으로 인해서... 돌이킬수도 없는 과거에 자꾸 연연하게 되는 것은 느낌이 싫다.
그나저나... 남은 몇 십장의 사진을 어찌할지 고민이다. 심지어 부모님의 어린시절 흑백 사진 몇 장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꾸 보고 있으니... 자꾸 더 슬퍼지려 한다. -.-;
그만 들여다 보고... 마음의 결정을 해야 겠다. 아... 세월이 야속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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